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Essay

치킨배달 비용을 통해 들여다본 신용사회

by 클아우 2022. 4. 11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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입안의 고소함과 바삭함은 언제 느껴도 질리지 않는다.

이 느낌은 심심함을 느낄 때면, 어김없이 찾아와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.

마침, 선물받았던 BBQ 황금올리브유치킨 쿠폰이 휴대폰 안에서 날 쳐다보고 있다.

치킨집에 전화를 걸고 20분이 채 안되어, 배달기사님에게 치킨을 넘겨 받았다.

배달비용 현금 3000원을 준비하라는 사전 안내를 받았고,

천원짜리가 없던 나는 현금 1만원을 배달기사님에게 건내었다.

배달기사님은 거슬러 줄 현금이 없음을 난감해하며,

문자를 보낼테니 모바일뱅킹으로 입금해달라는 말을 남기고서는, 바쁜 걸음을 재촉해 가버렸다.

내가 입금해줄 것을 믿고 쿨하게 가버리는 배달기사님의 뒷 모습을 보며, 사회가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.

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, 나의 외할머니는 시골 냇가와 논두렁에서 우렁을 주워서 시장에 내다 파셨다. 우렁 뿐만 아니라, 봄나들도 채취해 파셨다.

그 때, 외상하려는 손님이 있다면 아주 단호하게 거절하고, 당장 눈 앞에서 현금을 억척스럽게 받아내셨다. 그렇게 외할머니는 일찍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자리까지 메워가며, 홀로 칠남매를 키우셨다고 한다.

요즘은 현금을 잘 들고 다니지 않는다. 신용카드가 없어도 휴대폰만 있으면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. 이제 눈 앞에 현금이 오가지 않더라도, 내가 제공한 물건과 서비스에 대한 보상을 받게된다는 것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.

서로를 믿게 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편하다.

이런 사례로 대표적인 게 하나 더 있다. 기차탈 때, 개찰구가 따로 없다는 것. 물론, 승무원이 돌아다니며, 좌석체크를 하긴 하지만, 대부분의 사람이 표를 구입한 후, 기차에 탑승한다는 것을 믿는 전제로 한 방식이다.

회사에 이런 신용사회를 적용해보면 어떨까?

경영진은 사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을 믿고 맡기며,

사원들 역시 경영진이 사원들을 위해 Risk를 짊어지고, 고민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는 회사. 그런 신용사회를 구축해 둔 회사라면, 그 자체로 훌륭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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